향수; Nos(e)talgia


2013년 4월 24일(수) 30일(화):오후2시-8시 휴무X
          중구 회현동 회현시범아파트428호
 
           개막일인 24일 8시에 10여분간의 커피테이블 이벤트예정입니다.

 

2013년 5월11일(토)-5월31일(금)오후1시-7시):>월,화,1,3주 일요일 휴무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내 :-
           개막일인 11일

           오전 9시 김아라(Sentory대표)의 진행으로 인근 인왕초등학교 에서 후각세미나 가

           오후 8시 스튜디오나나다시의 '헨젤과 그레텔'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 공연은 11,12,17,18일 같은 시간에 진행됩니다.)

 

              박은영의 영상-공간의 향  5월 11,12,17,18,,25,26,30일    7시~8시 (러닝타임 10분), 
                                       인왕시장내 신광, 경북상회 사이 통로 오브제 설치 상영
                                      퍼포먼스 일정에 맞춰 추가 상영

 

총기획:장효경(토끼아빠프로젝트)

공동기획:김예나(스튜디오 나나다시),박은영,서승현,이성민,한호진

참여작가:장효경,김예나,박은영,서승현,이성민,한호진
부대행사:후각세미나 (진행 :김아라)

*자세한 전시소개는 다른 글에서 확인하실 수있습니다..

 

 

후각은 정서작용을 동반한다.
우리는 많은 향을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각자가 다 다른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한 향에 대한 기억, 의미 부여작용을 통해 얻어진 주관성과 관련이 있어서
사물의 이치에 눈을 뜨는 것처럼, ‘향을 깨치다’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되었다.

후각에 대해 논하는 것, 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을 나 자신을 알아가는 한 과정으로 여겨,
‘한 여자가 떠나는 추억의 냄새 여행’이라는 스토리라인을 주축으로
시각과 시간예술, 문학, 조향 등이 어우러진 공감각적 감동을 추구한다.
각자 다른 연령대와 장르의 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타 분야 작가와 피드백을 주고받은 대화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주인공 ‘나’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향과 동일시 해왔던 원가족의 추억과 트라우마를 ‘조향체험’을 계기로 반추한 후, 향과 기억을 분리하여 각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됨으로써 ‘향을 깨치고’ 정신적인 독립과 성숙을 이루게 된다.

성장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한 향에 따른 호불호가 타인과 다른 평가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생활습관이나 직업과 관련해서 배인 냄새, 체취, 주거, 의류의 위생상태 등으로 인해 생긴 냄새가 불러일으키는 선입견이 불러일으키는 집단/계층 간의 갈등,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사회적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도 다룰 예정이다.


시놉시스

휴일 아침, 지원은 일상의 소소한 향기로 하루를 연다. 간밤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후각을 통해 세상과 처음 만나는 순간을 강렬한 꿈으로 꾸었다.

이삿짐을 꾸릴 생각으로 낡은 집의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꺼내 본 익숙한 옛 물건들은 지원을 금세 추억 여행으로 이끈다. 유년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지원의 기억은 냄새에 있어서는 특히 섬세하다. 그 중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의 향수냄새는 강렬한 인상으로 간직해왔으나, 사회에 나와 보니 이미지가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똑같은 향수를 쓴다는 점에 실망, 자신만의 추억을 담은 향을 직접 만들 욕심을 냈다.

지원의 첫 향수 <노스텔지어>는 좋은 추억을 상징하는 향료만으로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평소 꺼려하던 담배냄새를 넣어서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사춘기 적 셋방살이하던 삼촌과의 불화와 그에 따른 죄의식 때문에 가진 담배냄새에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향과 주관적인 기억을 분리하여 정신적 성숙을 경험했다. 미워하던 삼촌이 쓴 아름다운 시를 보면서 지원은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과 잣대로 인해 오해하고 배척했던 사물, 사람, 사건 등에 대한 재고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더 한층 성숙한 세계관을 획득하게 되었다.

 

리플렛 디자인 :서승현

 

 

 

*전시 홍보된 링크

http://www.neolook.com/archives/20130424d

neolook.com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263978&section=sc5&section2=생활%2F

break news

 

http://tongblog.sdm.go.kr/1650

서대문구에서의 홍보

기획자의 이야기
-토끼아빠프로젝트-
시각예술가인 장효경의 기획에 의해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며 여러 작가들이 각각의 해석과 방법에 의한 작업을 하되 전체가 유기적인 하나의 작업으로 완성되는 방식으로
전시, 공연등 다원적 예술작업을 하는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다.
2000년부터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3회 전시 2회를 같은 방식으로 기획 제작하였다.

 
전체 기획은 토끼아빠 프로젝트의 기획으로서 설치작업의 형식을 갖고 있으나
후각과 기억의 관계에 대해 문학, 연극, 회화, 설치,가구설계, 조향 등 각각의 분야의 공동기획으로
시인인 한호진이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를 공유한 다른 이들이 각각 자신의 해석에 의해 독립적인 작업을 하되 하나의 큰 흐름속에서 완성되도록 다원적인 전체가 연극의 막구성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전시 각단위는
1.굿모닝 (공동작업/관객참여)
2.품(서승현)
3.흔적의 향/공간의 향(박은영)
4 스위치(장효경+한호진+이성민)
5 공연:헨젤과 그레텔(김예나 스튜디오 나나다시)

/부대행사로 후각세미나 :'프루스트와 마주하다(부제) 기억 속, 냄새를 찾아서.(김아라  SCENTOY)
로 순서가 정해져 있다.

 

각각의 작업은 독립된 각 작가의 작업이자 다른 작업들의 기획에 어느 정도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완성되는 유기적인 협업작이기도 하다.


원래 이 작업은 인간의 일상적 기억의 집합체로서 가옥에서의 전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였으나
인왕시장에서 느껴지는 모든 냄새의 기억들을 되새겨 보는 작업으로 또 다른 버젼을 만들게 되었다.

 

-왜 -

이 전시의 기획은 5감중 하나인 후각을 어떻게 시각화해볼 수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당연히 그 방법이나 방향이 굉장히 포괄적이고 무엇도 가능하나 작업자도 관람자도 길을 잃기도 쉬운 상황이었다.

기획자는 조향 작업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전시를 만들어 내면서 
접근과 표현이 쉬운 주제로 후각과 관계가 깊은 '기억환기'라는 부분에 촛점을 두기로 했었다.

 

후각은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 따라서 매우 동물적인 감각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미묘하게 정서적인 환기를 불러 일으키며 무언의 대화와 사유를 하게 하는인간적이며 사회적인 감각이기도하다.

향과 기억을 조합시켜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은 브레인스토밍과정에서 나온 냄새와 관련된 추억담속에서
한 인간의 성장과 성숙을 표현해 낼 수있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 무엇을)-
그러나 후각적 반응 그리고 그것에 관련한 기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주관적인 것이다.

이를 어떻게 작업하여 보여 줄 것인가?

우리는 일단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그가 조향사가 되어 향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이 스토리가 전시 전체를 직접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해도

그 상황과 설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암시되어진 대로 자신의 작업들을 만들어 내기로 한 것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은 없다. 실수, 후회와 반성 그리고 다시 거듭되는 시도,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고 다시 무너뜨려 재 구성 해보는 모든 과정,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관과 가치관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가는 그 과정이 가볍거나 감상적인 의미의 노스텔지어 만을 의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적인 감정과 공감이 빠진 반성은 기계적인 파괴만을 결과로 가질 수도 있는 일이다.
기획자로서 장효경은 참가자들에게 이런 의도를 설명하고 각자의 생각들을 이끌어내려 했고

다른 공동기획자이자 작가들이 각자의 생각들을 주고 받으며 전체 구성과 기획을 만들어 내었다.


'인생,인간화의 과정을 향,후각으로 보여주는 작업' 이란 측면에서

참가자들의 다양성을 지향했고

세대가 각각이고 작업해온 장르가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른

각 사람마다의 기억과 그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중년 이후의 시각을 강조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갖는 완결지향이나 회한 혹은 감성적 되돌아보기 등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흔적을 많이 갖고 있는 장소에서 전시를 열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때문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노스텔지아가 과거에 대한 반성을 포함한다면 그것또한 미래지향의 정서활동이라 볼 수있을 것이다. 과거의 모습이라는 시각적 배경이 변화나 성장이라는 동적인 주체를 대비시키는 역할도 할 수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과정이 결과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최소한 그 변화가 수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이어야만 그 주체를 성장시키는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제 갓 20대 중반에 이른 시인인 한호진이 변화와 성장을 주제 여러 공동기획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스토리 라인과 그것의 피드백으로 만들어진 다른 영역의 작가들의 조향 및 조형작업들로 전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과 개념을 공유하는 공연을 통해 전체를 실현시키고자 한다.

-어디서 -

원래 이 기획의 의논 단계에서 전시 장소를 오랫동안 사람이 살아온 주택으로 설정하였었다.
인간의 냄새가 갖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주고 받았었는데

인간의 냄새가 베어 있지 않은 집 혹은 공간은 인간의 것으로 여겨 지지 않는다..라는 것이 기본적인 모티브가 되어

일상의 모든 행위가 냄새와 더불어 설명되어 질 수도 있고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의 양태와 가치도 규정지을 수있다는 것을 그대로 작업에 쓰기로 했던 것이다.

후각자체에 대해서도 이 거주 공간이라는 조건에 대해서도 사실 너무 많은 변수와 현실에서의 문제에 부딪혔고

이를 타개해보고자 장소를 찾던 중 방문했던 인왕시장의 살아있는 냄새의 향연에 감동받아
아예 두 군데의 장소로 나누어 우리의 생각을 현실화 해보기로 하였다.

 

회현동-이 지역은 젖소목장이 있어서 예전 타락동으로 불린 적이 있다.
무언가 유아 시절의 기억과도 연관이 될 듯한 지역 유래가 있는 데다가
시범아파트 인근의 오래된 골목과 건물들이 갖는 삶의 흔적이 이 전시의 성격과 맞는다고 여겨져 이 지역을 택하게 된 것이다.

'삶의 흔적이 담겨 있는 가옥구조를 택해 각 방마다 함께 만든 스토리 라인을 따라 관객이 한 젊은 여인의 추억과 성장의 흔적을 따라 볼 수있게 한다. '

는 애초의 기획안은 2층 이상의 규모를 가진 큰 주택을 상상하고 만들었던 것이나
이곳에서의 전시는 그보다는 작은, 그러나 원안에 가까운 설치가 이루어 질 예정이다.

인왕시장-이제는 밀려 생존의 위기조차 겪고 있는 서울의 재래시장들 그곳에서는 모든 삶의 냄새들이 동등한 가치를 갖고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층위에서의 냄새들에 의한 유형 무형의 공감각적 드라마를 연출하는 샘이다.
처음 기획자가 비오는 12월 저녁에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순간 밀려드는 모든 생생한 날것들의 냄새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작가들은 이 곳에서 작업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얻어 가기도 했고 날마다 달라지는 시장 풍경을 보며
시장안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에 대해 놀라기도 하고
세상 모든 것들의 존재감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집에서의 전시가 냄새를 우리가 의도대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곳에서의 전시는 오히려 주변에 가득한 냄새를 타고 함께 하면서 우리가 그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식이 될 것같다.
무엇보다 시장의 상인들과 장을 보러 나오는 사람들과 직접적인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질 수있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최대한 열린 방식의 전시를 지향한다.

 

-(누구를?) -

전시와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물론 각 예술분야의 관계자나 적극적인 관객들일 가능성이 놓다.
하나 지역의 삶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당연히 지역주민들에게 열려 있을 뿐 아니라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위 지역 주민들은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의 문화적 혜택에서 조금 소외되어 있는 상태이고.만약 우리의 작업이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나 참여가 없는 상태로 진행된다면 그것이 삶에서 가장 낯선 침범으로 여겨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폭력적인 전달이나 교육의 차원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즐길 수있는 새로운 경험이 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어떻게-

(문학과 연극적 기법을 응용해 시각과 후각 청각등 오감을 사용해서 감상할 수있는 작업으로 제작과정에서 한호진의 시놉에 의해 시각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개념적으로 시간적 흐름 혹은 연극적 막구성에 따라 각 스토리라인에서 출발한 제목을 붙여 장의 구분을 한다.

전체 시놉, 스토리의 구성은 모두의 의견을 반영한 한호진의 글쓰기로 이뤄지며

스토리라인에 의한 설치와 실제화는 같은 주제와 시놉을 공유한다 해도 개인별 작업은 각 작가의 개인작업으로서 독립된 작업을 추구한다.

덧붙여 1회성 이벤트이자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후각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그리고-
이 기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화의 여러 가지 상황상 빼놓아야 했던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그 부분들을 포함한 기획의 완성과 발전은 이 두번의 전시 이후에 다시 준비하고 실행할 예정이다.

2013 장효경(토끼아빠프로젝트)

아래는 기획회의의 브레인스토밍을 거친 후 그 내용을 토대로  20대 중반인 시인 한호진이 쓴 글이다.
작가들은 직,간접적으로 이 글의 줄거리를 공유하고 참조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

한호진의 글작업
"추억의 향기(香記)

==============================================================================================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신다. 마치 오늘 아침은 어제와는 다르다는 듯이 햇빛, 바람, 나뭇잎의 냄새는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꿈을 꾸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어둠의 세상에서 갑자기 빠져나오게 된 순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과 함께 차고 싸아 한 것이 코를 통해 허파로 마구 밀려든다. 낯설다. 당황스럽다. 울음이 터진다. 하지만 곧 익숙한 그 무엇이 공기 속에 섞여 있음을 안다. 뭘까. 엄마의 익숙한 그 품에 안기고 나서야 나는 다시 안전하다고 느낀다. 세상에 나와서 제일 처음, 우리는 코로 숨을 쉰다.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로 대충 아침을 때운다. 갓 지은 쌀밥에 구수한 된장찌개가 보글거리는 식탁이 그립다. 왜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을 수 있을 때는 그게 사치가 될 줄 몰랐을까...욕실에 들어가 박하맛이 나는 치약을 칫솔을 짜서 물고 생각한다. 재개발 구역이 되면서 이사를 가게 생겼는데 오래된 집이라 구석에 쌓아둔 물건들이 많다. 박스 하나를 열면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시간여행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당장 쫓겨나는 것도 아니고.

안방에는 낡고 삐걱거리는 장롱 같은 옛날 물건들이 많다. 그 방에 들어가면 아스라한 졸음 속에 녹아드는 기분이다. 냄새와 기억의 미지근한 공기 안에서 천천히 헤엄치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집 안에서 온종일이라도 놀 수 있었던 때, 우리 집은 아주 크고 넓은 냄새의 세상이었다. 장독대와 빨래가 나란히 있던 베란다, 숨바꼭질을 하다 잠들어버리기 딱 좋은 옷장, 엄마의 화장대. 화장을 하는 엄마를 나는 좋아했다. 아니, 싫어했다. 향긋함에는 왠지 모를 불안함이 스며있다. 이마에 눈썹을 그리고, 뽀뽀를 해주고 엄마는 하루치의 기다림을 놓고 다녀온다.

내 이름이 쓰인 노랗게 변한 라면박스를 찾았다. 초등학교 때 쓴 교환일기장이며 공깃돌, 색연필, 학을 접어 넣은 유리병이 있었다. 향기 나는 물건들은 희미하지만 아직도 그 향기를 갖고 있었다. 보라색에서는 포도향이 주황색에서는 오렌지향이...그 아이에게서는 무슨 향기가 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아이 집은 다른 냄새가 났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햇볕이 잘 드는, 현관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어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엄마가 있는 집. 그 집의 냄새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 애가 이사를 가고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집 앞을 지나며 한 동안 나는 초인종을 눌렀던 기억이 난다. 현관문이 열리기를, 그래서 따뜻한 그 냄새를 다시 한 번 더 맡게 되길 바라면서.

붙박이장을 열었는데 스커트가 툭 떨어졌다. '교복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던거야? 그것도 세탁까지 말끔히 해서는...'

깨끗하게 빨아서 다린 셔츠와 스커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는 수험생의 월요일 아침, 울적한 기분을 달래주었다. 마치 매일 똑같은 등굣길에도 기대감을 불어넣어주는 수학선생님의 향수냄새처럼 그것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고 설렘이었다.

사회에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난생 처음 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향기가 날 수 있다는 것을. 후각에 대한 시각의 명백한 배신이자 비밀스럽게 간직했던 내 추억을 빼앗겨버린 느낌. 문득 생각했다. 세상의 수많은 향기 중에 어떤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따라 그것은 그 사람만의 향이 되는 거라고. 아이가 말문이 터지듯 자기만의 세상에 눈을 뜨는 것이며, 곧 향을 깨치는 것이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 향수 냄새가 나든지 나에게 그 향기는 이미 수학선생님 냄새인 것처럼.

향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의 호기심은 시향이나 향 수집 같은 취미에 그치지 않고 조향공부에까지 미쳤다. 조향사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내 느낌을 담은 향을 직접 만들어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책상 위에 놓인 작고 네모난 스프레이 병. 친구가 운영하는 소규모의 조향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처음 완성한 향수다. 나에게 삼촌을 되찾아 준 향수, <노스텔지어>.

‘추억의 향기’라는 테마를 가지고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보려고 좋아하는 향기들을 섞었다. 겨울에 동생들하고 뜨끈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게임하고 책보고 수다도 떨고 있으면 바가지에 한 가득 담아와 나눠 먹던 상큼한 귤 냄새와 내가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엄마한테서 풍기는 은은한 화장품 냄새. 그것만 있으면 나의 추억의 향기가 완성될 거라 생각했는데...왠일 인지 영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이게 아니잖아. 이상하다. 이건 분명히 훨씬 더 좋은 향기여야 하는데...뭐가 부족한 거지?’

“탑과 베이스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 네가 쓴 아이디어 노트를 보니까 이 향이 어울릴 거 같은데 어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때 조향사친구가 와서 권하는 것이 ‘담배’ 향.

“아니, 이렇게 좋은 향에 왜 담배 같은 걸 넣어서 엉망을 만들어? 싫어.”


친구는 웃으며

“너 담배가 싫구나? 아버지가 담배 피우셔?”


“아니...... 삼촌이.”

삼촌 방은 늘 담배냄새가 진동했다. 엄마가 아무리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도 워낙 방 전체에 냄새가 가시지 않아 세를 내놓기 위해선 벽지를 전부 뜯고 새로 발라야 했다. 서울에 취직을 하면서 우리집에 샛방살이를 하게 된 그 사람은 우리 집안에 먼 친척이 되는데 엄마는 그냥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주섭 삼촌은 학원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입시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방에 처박혀서 줄곧 담배를 피웠다. 책상 앞에서 불을 밝히고 연기 속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나는 삼촌이 웃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마에는 주름이 패어있어 가뜩이나 어두운 얼굴에 그늘을 더 했다. 무엇보다 삼촌의 역한 담배냄새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었다. ‘도대체 얹혀사는 주제에 어떻게 저런 민폐를 끼칠 수가 있어?’ 가뜩이나 사춘기라 더욱 예민했던 나는 '삼촌이 방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아니 아예 우리 집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부모님에게 호되게 혼이 난 적도 있었다. 그런 내 말을 삼촌은 들었던 걸까. 그 날 이후로 삼촌은 나와 거의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하루는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는데 삼촌이 대문 옆 골목에서 슬리퍼 바람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모른 척 하고 들어가려했는데 갑자기 삼촌이 불러 새웠다.

“지원아... 담배냄새가 싫지? 미안하다.....하지만 이 녀석은 나한테 애인보다 더 소중한 친구야.”

“담배가 뭐가 친구라는 거에요? 담배 피우다가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그리고 나서 서둘러 집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담배 따위가 무슨 친구라는 거야...'

어느 추운 겨울, 삼촌은 담뱃불을 붙이며 길을 건너다가 빙판에 속력을 못 이겨 미끄러진 차에 받혀 쓰러졌고 머리를 다쳐 병원에 누워있게 되었다.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지금까지도. 무서웠다. 내가 한 말들 때문에 삼촌이 그렇게 된 것 같아서. 그 때 이후로 ‘담배’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물건이 되었다.


친구는 자신이 직접 조향한 샘플을 묻힌 테스트지를 건냈다. ‘어? 이건 뭐지? 내가 표현하고 싶은 추억의 느낌이었다.


“나한테는 좋은 향 나쁜 향은 없어. 그냥 향이 있을 뿐이지. 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선택해서 원하는 향기를 만드느냐가 조향사가 하는 일이거든. 그리고 사실 향수에 쓰는 담배향은 담배연기냄새는 아니야. 말린 잎담배 냄새, 풀냄새거든.”

향수를 만들어가지고 온 날. 나는 삼촌이 세 들어 살던 방문을 열어보았다. 지금은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지 않은 창고방이 되었지만. 주섭삼촌이 쓰던 노트들은 모두 시골로 보내버린 줄 알았는데 아버지 서재에서 미처 보내지 못한 한 권이 남아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 일기도 소설도 편지도 아닌 시를 쓰고 있었던 삼촌. 소박하고 담백하여 아름다운 시편들이 남루한 모습의 삼촌이 쓴 거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삼촌의 내면에 이런 세계가 있었던 걸까? 이게 원래 삼촌의 모습이었을까? 내가 미워했던 담배냄새가 원래는 이토록 좋은 향기였던 것처럼.

담배냄새를 멀리하면 기억에서도 나의 죄책감에서도 멀어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한 꺼풀의 두꺼운 외투를 벗은 것처럼 후련하면서도... 아직은 춥다. 아픔으로 남은 기억조차도, 자랑스럽든 부끄럽든 지나온 것은 전부 내 모습이다.. 어쩌면 그 때의 철없던 나를 여태껏 미워하며 벌을 받고 있던 걸까. 노스텔지어를 만들면서 나는 향수 뿐 아니라 나의 기억을 조향할 수 있었다. 함께 어우러졌을 때 한층 풍부하고 깊은 향기가 완성된 것처럼 희극과 비극이 함께 있는 그 모두가 어우러진 지금의 내가 소중한 거라고.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갔던 재래시장이 생각난다. 그곳에 기거하는 온갖 삶의 냄새. 생선 젓갈의 비릿하고 짠 바다 내음, 그 맞은 편의 푸릇푸릇한 푸성귀며 과일냄새, 떡방앗간에서 진동하던 진한 참기름향, 진열대 위 새 신발의 빳빳한 고무냄새,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뜨끈한 순대와 부침개 냄새...생은 향취나 악취가 아닌 동등한 무게로 나의 오감에 육박했고 지금도 그 맛과 빛과 소리를 영화 속 필름처럼 돌려볼 수 있다. 날것들이 출처를 숨기지 않는 적나라함으로 말하던 것,'모두가 애초에 이러하단다.'

자연스러움으로 혹은 무구함으로 그들이 여전히 내 발길이 닿는 지척에 활기를 간직한 채 숨쉬고 있다는 게 문득 위로가 되는 오늘이다.


창문을 열자 골목 저편에서 막 담배를 피워 문 남자가 걸어온다, 그 시절의 삼촌 또래로 보이는. 의식적으로 숨을 참고 창문을 닫는다. 그래도 희미하게 매캐한 연기가 감도는 공기. 휴우, 숨을 내뱉으며 생각한다. 담배연기는 여전히 못 참겠고 매스껍지만 적어도 저 사람이 미운 마음이 없다. 예전의 나라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담배 피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슴없이 비난할 수도 있을 텐데. 더 이상 내 안에 혐오감이 올라오지 않는다. 담배는 그저 향이다. 그걸로 된 것이다. 내 안에서 저 ‘담배냄새’와 같은 것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카레라이스나 액션영화처럼 사소한 취향부터 직장 동료와의 인간관계,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난 좋고 싫은 게 참 분명한 편이다. 하지만 단지 내가 정한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싫다고 단정지어버리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 때문에 그 내용이나 사연을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밀쳐냈던 많은 것들, 떠나보낸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 꼭 그래야만 했을까? 돌아보게 된다. 사실은 그저 나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내가 보고자하는 면만을 보고 느끼고자 하는 쪽으로만 느꼈을지도 모르는데. 틀렸다고 말하는 자신이 틀린 줄을 모른 채로. ‘틀리다’를 ‘다르다’로 바꾸고 나자 마음이 열리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떠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십년 만에 삼촌을 다시 만났듯이, 내가 잃어버린 많은 것들과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전시기간 2013년 4월 24일(수)-30일(화) 오후 2-8시 (전시 휴무 없습니다.)
            개막일인 24일에만 개막 이벤트가 8시에 있으므로 문여는 시간을 상황을 봐서 좀더 연장합니다.
             아파트에는 거주민이 있고 전시 기간만 사용을 허락받았습니다.
             날짜와 시간을 꼭 확인해 주셔요.

이 지역은 젖소목장이 있어서 예전 타락동으로 불린 적이 있다.
무언가 유아 시절의 기억과도 연관이 될 듯한 지역 유래가 있는 데다가
회현동)
젖소목장이 있어 아주 오래전 타락동으로 불리기도 했던 회현동의 시범아파트와
인근의 오래된 골목과 건물에는 온갖 삶의 흔적과 냄새가 강하게 남아있다.
428호에 남아있는 한 젊은 여인의 추억과 성장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이곳에서의 전시는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원안에 가까운 설치가 이루어 질 예정이다.

가는 방법: 지하철:
               4호선 회현역 1번출구에서 회현동 주민센터를 찾아 올라오신후
              주민센터 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계속 올라오세요.
               남산 도서관이니 케이블카가 보일 무렵 아파트가 눈앞에 보입니다.

              버스:
              402,402(심야),405A,02,03 (백범광장앞)
              아마도 버스마다 서는 위치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리셔서 회현동쪽에 오래된 아파트의 머리 부분이 보일거에요.
              찻길에서 내려오는 계단이 있습니다.
           
              차량이동이나 기타 경로는 아래 지도의 길찾기를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시설명 > 전시장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왕시장 (5월11-31일)  (0) 2013.03.27

인왕시장)
서울 북쪽의 홍제역 앞 재래시장은 날마다 변화하는 갖가지 삶의 냄새들이 동등한 가치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살아있는 시장을 무대로 관객참여형 전시와 공연을 펼친다.

3.전시 구성과 진행에 대한 이야기

4.가는 방법
지하철:3호선 홍제역 1번출구 나와서 맥도날드 앞에서 우회전 후 성당 앞에서 좌회전 하시면 시장안으로 들어 오게 됩니다.
그 오른쪽 길을 따라 오시면 창업가게 골목이 보이고 그 인근 부근에서 전시 행사를 보실 수있습니다.

버스:110,153,8153   유진상가 앞이나 인왕시장 앞에서 내리셔서 인왕시장을 찾으세요.

 

'전시설명 > 전시장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현동 시범아파트 428호 (4월24-30)  (0) 2013.03.27